요화 ,

by 샤안샤 | 2008/04/13 23:53 | 's | 트랙백 | 덧글(0)






밤의 벚꽃은,
이렇게 외치고 있는 듯 했다.
지금 이 순간에 귀기울여.
이렇게 한꺼번에 터져나왔다가
이내 질 나의 기적을.
부디,
그 단정한 이마에 아로새겨 달라고.
그리하여 파리하게 지는 꽃잎이 날아내려와 이마에 닿았을 때,
나는 칼날에 맞은 듯 이마를 만져보았다.
식은 피가 흐르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다시금 필
내년을 기약하며
예사로이 볼 꽃은 아니었다.
그것은 바로 이 순간만의 조우와, 헤어짐.
그 자체를 오롯이 느껴야했던 것이다.
피가 나도록 입술을 깨물며,
가락지가 살을 파고들도록 주먹을 쥐어야할.
마음.



이글루스 가든 - 제대로 된 글 쓰기.

by 샤안샤 | 2008/04/13 23:52 | 's | 트랙백 | 덧글(1)



by 샤안샤 | 2008/04/13 23:51 | 's | 트랙백 | 덧글(0)

나의 사랑하는 공장지대


-오늘 날씨가 정말 구리네요.

공장지대 같은 날씨도 좋지 않나요.
나는 대답하며 미소 짓는다.
전에, 내가 가장 좋아하던 이모와
그리고 어린시절 나의 파라다이스였던 은미언니가 살던 곳은
쇠가 타는 냄새가 그득한 공장지대였다.
지금 생각하면 쇳물이 든 거리가 아니라
붉은 황금이 깔린 거리처럼 낭만적으로 연상된다.
구름을 뭉터기로 뽑아내던 굴뚝이나.
어린 나이에는 오르기가 너무 가팔라서
거의 기다시피하던 초록난간이 달린 계단.
그 옆에 내 안전을 담보 하기엔 너무나 듬성듬성했던
철망까지.
그리고 화장실에는 사다리가 있고,
그 화장실 천장에는 스티로폼으로 만들어진 뚜껑이 있어서
나는 은미언니와 함께 사다리를 올라,
그 아이스박스 같은 뚜껑을 열면 -
거짓말처럼 넓은 옥상이 나타났던 것이다.
그것은 내게 공중정원만큼이나 특별한 곳이었다.
회색 공장 지대에서 마법처럼 밝은 원색을 지닌 제라늄 화분 몇 개와 함께 -
하릴없는 불장난처럼
우리는 뭔가 시시껄렁한 사건들을 벌이곤 했었다.
은미언니는 까맣게 불탄 다락방을 가리키며 말했다.
"예전엔 저기에 신혼부부가 살았어. 그런데 그 부부는 너무나 가난했던거야. 아기의 분유값도 못대게 될 형편이 되자 아기를 저기에 버리고 도망을 갔어. 사람들이 발견했을 때에는 이미 너무 늦어버렸어. 아기는 내내 울다가 지쳐 죽고 말았고. 그 후 어느날 - 저 다락방에 벼락이 떨어졌어. 사람들은 그게 아기의 저주라고 생각해. 이상하게도 다른 곳은 안 타고 저 다락방만 새카맣게 타버린거야. 난 비오는 날이면 가끔 저 다락방에서 아기가 우는 소리가 들려."
아이들에게 맞춰 각색한 것이 아닌, 원판 그대로의 잔혹하고 아름다운 동화. 나는 그 이야기를 듣고 새삼 황금색과 회색으로 우무질처럼 가라앉은 공장지대를 둘러보았다. 나는 그 이야기의 슬프고 괴로운 면에 주목하기에는 너무 어렸다. 제라늄의 새빨간 색과 샛노란 색이 공장시대를 스치는 바람에 잠시 흔들리고 나는 몹시도 환상적인 이야기를 들은 것처럼, 그래, 아이들이 가끔 짓는 모든 것을 아는 듯한 어른의 표정을 지었던 것 같다.
이모는 공장에서 일했다. 그러면서도 피곤한 기색 하나없이 내가 놀러가면 얼마나 잘해주었는지 모른다. 나는 그래서 '이모'란 존재는 의례 그런 존재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 가파르던 계단만큼 팍팍한 생활 속에서 그만한 인자함과 자애로움을 잃지 않으려면 - 파리한 여성성을 뛰어넘는, 공장지대의 남자들 못지 않은 억척스러움이 있어야 하리라는 것을 알고 있다. 이모는. 나의 이모는 그만큼 강한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 공장지대에서 30g에 40g의 황금을 주고 사야했던 물감만큼이나 선명한 색을 잃지 않는, 제라늄 같은 여성이었던 것이다.
나는 철판을 오리는 냄새를 싫어했다. 색종이를 오리면 - 독특한 냄새가 났는데 - 그것은 마치 그 냄새를 수백배 강화한 것처럼 강하고 인공적인 냄새가 났다. 그래도, 마치 톱밥처럼 수북한 철가루들이 거리를 시커먼 은하수처럼 검고 반짝이는 거대한 물결처럼 만들어놓았던 거리를. 그 매캐한 공기와 낮게 가라앉은 하늘을 - 그 위험천만한 계단을 흥분속에서 기어오르던 날들을 잊지 못하겠지. 이 문득문득 떠오르는 연상들은 - 마치 조각보처럼. 생의 어떠한 날 - 적재적소에 쓰일 것이다. 장롱에서 가만히 잠자고 있던 코사지를 꺼내 조용히 배달된 새 옷에 대어보듯이, 그리하여 가장 어울리는 코사지를 달고 - 쏟아지는 햇살 속으로 걸어나가듯이. 그 공장지대의 골목 전부가 손가락 사이로 스미는 모래처럼 이 바람으로 채워지고, 또 그 공장지대 지붕 전부가 스모그 때문에 마음껏 빨아들이지 못했던 햇살을 - 느긋하게 일광욕을 즐기는 여인의 가슴처럼 받아들이는 것을. 나는 가슴에 달린 코사지의 묵직함으로 아련하게 추억한다. 그리고 또 예의 그 표정. 어린 시절에는 그러한 표정으로 생에 순간순간에 이정표를 찍고, 나중엔 단번에 그곳을 찾아 날아가듯이. 그렇게 필경 지금 이 순간을 어느 때건 추억하게 되리라는 것을, 예감하면서 살아가는 것처럼. 그러한 표정은 그런 예감이 들 때마다 불쑥 등장했던 것이다. 그래서 나이와 관련없이, 꼭 같았던 것이다. 위치는 달라도 똑같이 생긴, 수많은 정류장처럼.

이글루스 가든 - 제대로 된 글 쓰기.

by 샤안샤 | 2008/04/12 09:28 | W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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